서울 아파트 18% 역전세난 우려되는데
“계약갱신권을 왜 써요. 요즘 그거 쓰는 사람이 바보죠.”
일산에 전세를 살고 있는 직장인 이모씨(42)는 최근 같은 동네 구축 아파트로 이사를 가기로 결심했다. 2년전 3억5000에 전세계약을 했는데 전셋값이 많이 떨어져서 구축 아파트로 옮기면 2억원대에 살수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집주인은 계약을 연장하기 원하는 눈치였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계약갱신을 쓰는게 바보 아니냐”고 반문했다.
전세값이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임대차시장에서 계약갱신권 사용이 급격하게 줄고 있다. 임차인들은 계약갱신권을 사용하지 않고 전세가가 더 낮은 곳으로 이사가고 있다. 임대인 입장에서도 계약갱신이 달갑지만은 않다. 계약갱신한 임차인은 계약기간이 남았어도 언제든지 이사갈 수 있기 때문이다. 임차인, 임대인 모두에게 계약갱신권은 요즘같은 시대 ‘계륵’같은 존재가 된 셈이다.
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1월 서울 주택 전월세 신고건수는 총 4만579건으로, 이 가운데 갱신계약은 27.7%인 1만2487건으로 집계됐다.갱신계약은 지난 5월 24.6% 이후 가장 낮아졌다.
계약갱신청구권이란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전세계약 기간이 끝나기 6개월부터 2개월 전까지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계약을 갱신해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전세가가 떨어지면서 계약갱신을 청구하지 않는 세입자들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더 싼 전셋집으로 이사하는 경우가 많다. 굳이 계약갱신을 쓸 필요가 없는 것이다. 서울 송파구 6억원대 전세로 살고 있던 주부 양모씨는 4억원대 전세로 이사를 가려고 준비중이다. 양씨는 “요즘같은 고금리에 2억원 차이는 엄청 크다. 대출부담과 물가가 높아져서 생활비를 줄여야해서 옆단지 싼 곳으로 옮기려고 한다”고 했다.
‘세입자가 귀한’만큼 임대인들은 기존 세입자들이 ‘계약갱신권’을 쓰길 원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계약갱신권의 ‘독소조항’때문이다. 계약갱신권을 사용한 임차인은 계약기간이 남았어도 언제든 이사를 갈수 있다.
임대차법 제6조 2에 따르면, 묵시적 갱신의 경우 임차인은 언제든지 임대인에게 계약 해지를 할 수 있고 3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발생한다. 임대차법은 계약갱신청구권을 청구한 경우에도 이 조항을 준용한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임차인이 이사를 가겠다고 통보하면 3개월 안에 임대인은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것이다.
이때문에 5%인상후 계약갱신한 임대인들은 갑자기 임차인들이 퇴거 통보를 하면서 전세금을 구하지 못해 비상이다.
이렇다 보니 5% 이내 보증금 인상으로 세입자를 붙잡은 임대인들은 언제든지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리스크’에 노출되고 있다. 임대인들은 세입자가 연장 의사를 밝히면 차라리 임대료를 깎아줄테니 계약갱신말고 새롭게 계약서를 작성하자고 권유하고 있다. 계약갱신권을 사용해서 ‘언제든지 세입자가 퇴거할 수 있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다.
금리가 급등하면서 전세 시장은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역전세’가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부동산R114가 2년 전과 올해 1건이라도 전세 거래가 있었던 서울 아파트 9606개 주택형의 전셋값을 분석(최고가 비교)한 결과, 올해 계약금액이 2년전 계약금액보다 낮은 경우는 1774개로 전체의 18%에 달했다. 18%가 역전세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계약갱신권을 사용한 경우 계약기간이 남았어도 언제든지 이사갈 수 있는 조항이 오히려 이러한 ‘역전세’ 리스크를 더욱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2년전에는 임대차법 도입되면서 전셋값 폭등하더니 그난리를 쳐서 도입한 임대차법을 이제는 임대인이나 세입자 모두 필요없다고 한다”면서 “시장 안정화를 위해 도입됐다는 법이 시장 불안만 더 키우고 있다”고 꼬집었다.
매경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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