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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뉴스 수집 Real Estate News(KR)

“학군 좋은 동네로 이사가요” 아내 말에…“인구 급감하는데 왜 가?”

 
초등생 10년 내 반토막이라는데…
“학원가 수요 감소할것” 전망에
“유명 학군지로 더 몰려” 반론도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서울 대치동 학원가. 이곳도 최근 고금리 여파로 전세매물이 쌓이고 전세가가 떨어지고 있다. <이승환기자>

“학생이 줄어들고 앞으로는 대학이 텅텅 빈다는데 굳이 학군지를 갈 필요가 있을까?”

남편의 반대에 주부 임모씨는 화가 났다. 임씨는 “자식에게 조금이라도 더 좋은 것을 해주고 싶은게 부모 마음인데, 우리 아이를 유명 학군지에서 키우게 하고 싶다”고 주장했다.

갈등의 원인은 이사. 현재 서울 구로 신축 30평대에 살고 있는데 아내는 서울 목동 25평으로 이사를 가기를 원했다. 자녀의 미래를 생각해서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목동으로 ‘점프’를 하려면 4억원 정도가 더 필요하다.

아내는 “하나뿐인 자식, 좋은 곳에 키우고 싶다”면서 “초등학생 될때 이사가려면 집값이 오를 것 같으니 요즘처럼 집값이 떨어질때 갈아타자”고 했다.

그러나 남편 김모씨는 “10년 뒤면 초등학생 인구가 반토막난다고 하고, 대학 입시도 바뀔텐데 이렇게 무리해서 평수를 좁혀가면서 갈아타는게 내키지 않는다”고 했다.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습니다. 10년뒤에는 초등학생 수가 절반 가까이 줄어듭니다. 학생 수가 급감하는데, 학군지 수요도 여전할까요? 대한민국에서 유례없는 인구변화가 진행되면서 가장 안전한 부동산 투자처로 여겨지던 ‘학군지’에 대한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추산한 ‘2023~2029년 초·중·고 학생 수’ 통계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 학생 수는 올해 520만2000명에서 해마다 감소하다 2029년엔 425만3000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초등학생 수 급감은 더 가파릅니다. 작년 266만4000명이었던 전국 초등학생은 올해 258만3000명, 2024년 246만6000명, 2025년 230만9000명 등 매년 급감하고, 10년 뒤에는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한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학생수 감소는 부동산 시장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까요. 학원가가 밀집하고 교육열이 높은 초중고가 위치한 ‘학군지’는 부동산 안전한 투자처로 꼽혔습니다.

입시학원 대표조차 사교육 미래 없다 했는데…

“인구구조로 보면 학군이나 학원가 따라서 이사다니는 수요는 줄어들지 않을까싶어요. 아무래도 학원을 찾는 사람이 줄어들 테니까, 학원가가 지금처럼 인기가 있을까요. 10년~20년뒤에는 학원가 수요가 아무래도 예전같지는 않겠지요.”(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

다만 고 원장은 “그러나 아주 부유한 사람들이 모여사는 동네는 더욱더 그들만의 교육환경을 만들어서 고소득층과 자산가는 그 동네로 몰리고, 그쪽은 명문 학군이 더 발달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즉 교육이 양극화되듯, 학군지도 양극화돼 부유한 사람들이 몰리는 지역에서는 학군이 부동산 가치를 결정할때 중요한 작용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학원가에 대한 수요는 떨어질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입시제도의 변화나 직업 선호에 대한 변화도 학군지 전망을 비관적으로 만드는 원인입니다. 손주은 메가스터디 대표는 “미래는 스펙이 좋다고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 대학 가능게 중요한 시대가 아니다”라고 말한바 있습니다. 국내 최대 사교육 기업체 회장도 대학입시에 미래가 없다고 말할 정도니 ‘학원가’가 부동산 가치를 결정할때 중요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자녀 둘을 키우는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온라인 수업이 활성화되고, 대학입시의 중요성이 떨어지면 학군의 힘이 약해질 것이라고 본다. 무엇보다 젊은 부부들에게는 과도한 사교육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많아서 학군지를 일부러 찾는 수요는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학생 인구가 줄어들수록 학군지의 위상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책 ‘대한민국 명문학군 입지지도’(신진상 지음)에서 저자는 “부동산과 입시는 공통점이 많다. 아파트 가격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는 학군 교통 직주근접 세가지인데, 이중 학군은 향후 아파트 가격 변화에 가장 큰 변수”라면서 “아파트와 입시, 두 개의 투자 모두 성공하는 유일한 방법은 학군지 부동산에서 실거주하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교육환경, 부동산 가치에 더 큰 영향 미칠 것

책 ‘부의 본능’(브라운스톤 지음)은 인구가 감소할수록 ‘안전한 동네’ 와 ‘교육환경’이 더 중요해진다고 말합니다.

“집은 무엇을 하는 곳인가? 애 키우고 잠 자고 밥 먹는 곳이다. 아이 잘 키우려면 학군이 좋아야 한다. 반드시 학군을 먼저 체크해라. 주변에 술집 있고 오락실 있는 유흥가가 있다면 아이 키우기 힘들다. 대치동이 집값이 비싼 이유 중 하나가 주변에 유흥가와 술집이 없다는 점이다. 집값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요소는 바로 교육환경이다.”

김석환 다윈중개 대표는 “교육어떻게 변하더라도 선발이 존재하고 경쟁이 존재한다면 학원가의 가치가 줄어들지는 않을것”이라면서 “다만, 모든 시장이 그렇듯이 시장이 작아지면 주변부가 먼저 무너지고 핵심은 마지막까지 살아남아서 오히려 더 강해진다. 지금 학군지로 유명한 지역으로 더욱 학원과 사람이 몰리고 주변부 학원가는 약해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매경 이선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