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땐 월 600 수입, 휴직땐 반토막
“외벌이로는 대출 못 갚아요” 토로
금리인상 충격에 출산 미루는 부부들
서울의 한 산부인과 신생아실이 한적한 모습을 보이고있다. <김호영기자>
“아이가 생긴 것은 기쁘지만, 대출금 생각하면 막막해요. 지금 맞벌이 하니까 (대출이) 감당되는데 휴직하면 ‘파산’할거에요. 외벌이로는 대출 못 갚는데 집을 팔아야할까요. 행복한 가정을 만들려고 집을 샀는데 아이가 생기니 집을 팔아야 한다는게 서글퍼요.”
신혼부부 김모씨(33)는 임신 후에 걱정이 늘었습니다. 2년전 결혼한 김씨는 남편과 돈을 합쳐 경기도 수원에 7억원 아파트를 매수했습니다. 대출은 3억5000만원. 매달 갚아야할 돈은 대출과 이자 합쳐 140만원 가량입니다.
“둘이 벌면 월 600만원이어서 할만하다 싶었어요. 대출 좀 갚다가 아이 낳자고 생각했죠.”
그런데 임신이 된 것입니다. 올 연말 김씨가 출산을 하면서 일을 그만두면 가계수입은 6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절반가까이 줄어듭니다. 지난해부터 금리가 올라 대출 부담은 매달 180만원으로 40만원 더 늘었습니다.
“휴직하면 대출 갚고난 후의 생활비가 100만원도 안될텐데 이 돈으로 아이 키우면서 살수 있을까요. 집을 팔아야할지, 집값은 떨어졌는데 팔리긴 할지 걱정입니다.”
신혼부부 10쌍 중 9쌍 빚 안고 시작
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신혼부부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양쪽 소득으로 대출금을 막고 있는 맞벌이 부부들은 “요즘같은 고금리 시대 임신, 출산, 육아는 ‘파산선고’나 마찬가지”라고 하소연합니다.
지난해 국내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역대 최악의 출산율’을 기록했습니다. 신혼부부 자체도 줄었지만, 결혼을 했더라도 아이를 안낳는 신혼부부가 많습니다. ‘딩크’(의도적으로 자녀를 두지 않는 부부) 를 선택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경제적 이유를 무시 못합니다. 많은 부부들은 “맞벌이를 못하면 파산”이라며 자녀갖기를 거부하거나 유보하고 있습니다.
올 초 결혼한 박모씨(30)는 “결혼할때 5년간은 아이없이 돈부터 모으기로 약속했다”고 했습니다.
“맞벌이를 해야 둘이 합쳐 500(만원)은 버는데, 한명만 벌어서는 어떻게 먹고 사나요. 핸드폰 요금내고 보험료 내고, 대출 이자 내면 남는게 없어요. 청약이라도 받으려면 저축 해야하는데 맞벌이 못하면 불가능해요.”
서울 평균집값 10억원 시대. 맞벌이가 아니고서는 내 집 마련은 요원합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신혼부부 통계’에 따르면, 신혼부부 맞벌이는 역대 최대폭으로 증가했습니다. 초혼 신혼부부의 평균 연간소득은 6400만원. 직전년도보다 6.9% 늘어 역대 최대폭 증가했습니다. 소득이 증가한 이유는 맞벌이입니다. 맞벌이하는 초혼 신혼부부의 비중은 역대 최고인 54.9%로 2.9%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신혼부부는 대출 보유 비중도 늘었습니다. 주택을 소유한 초혼 신혼부부 비중은 42.0%. 초혼 신혼부부의 대출 보유 비중은 89.1%입니다. 대출 보유비중은 1.6%포인트 오르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10쌍 중 9쌍이 빚을 안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대출잔액의 중앙값은 1억5300만원으로 15.4% 올랐습니다.
통계청은 “집값 상승 등의 영향으로 전세자금 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이 많이 증가했다”며 “대출잔액이 2억원 미만인 비율은 줄고 2억원 이상인 비율은 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수도권 평균 아파트 샀다면 매달 원리금은
지난해부터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맞벌이 신혼부부들은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수도권 평균 아파트 가격은 7억원. 주택담보비율(LTV) 50%가량 대출을 받았을 경우 (3억5000만원) 금리 2.9%일때 내야하는 원리금 145만원. 금리 4.9%일때는 185만원을 내야합니다.
2년전 서울 노원구 아파트를 ‘영끌’한 신혼부부 박모씨는 “맞벌이니까 영끌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대출(원리금)이 엄청 늘었는데, 여기서 혹시라도 아이가 생기면 대출금 못 갚을 것”이라면서 “이자 못내서 쩔쩔매는 상황은 생각도 하기 싫다”고 했습니다.
대출 부담이 출산율을 떨어뜨리는 것은 정책 연구에서도 확인되고 있습니다. 국토연구원이 2022년 발표한 ‘주택가격 상승이 출산율 하락에 미치는 동태적 영향 연구’에 따르면 주택가격이 1% 상승할 때 합계출산율이 0.002명 감소합니다.
보고서는 “주택을 매입하기 위해선 상당기간 원리금 상환을 위한 지출이 필요하고, 출산 역시 꾸준히 비용이 발생한다”며 “주택 구입과 출산에 대한 의사결정은 미래 발생하는 비용과 매우 밀접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주택가격 상승 충격은 자녀 출산을 포기하게 할 유인이 존재하며, 최근으로 올수록 이 영향력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습니다.
대출 거치기간 늘릴 수는 없나요
정부는 가계대출로 인한 신혼부부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지구 위해서 여러 정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신혼부부에 우대금리를 적용해주고 만기를 길게 해주는 방식입니다. 이번에 출시된 특례보금자리론은 시중은행보다 저렴한 금리를 장기 이용할수 있어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특례보금자리론에서 신혼부부들이 선호하는 방식이 체증식입니다. 초반에는 대출 이자만 내다가 점차 갚아야할 원금 규모가 늘어나는 방식입니다. 체증식 분할상환을 선택하려면 40세 미만이어야 합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지금 주택담보대출은 원금과 이자를 같이 갚게 돼있는데 주담대에 거치기간을 둬도 신혼부부의 대출 부담이 확 줄어든다”고 했습니다.
주택담보대출은 가계부채 건정성 확보를 위해 2016년부터 분할상환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거치기간을 두고 이자만 갚는 방식이 많았지만, 2016년부터는 원칙적으로 처음부터 원금과 이자를 나눠갚는 비거치식 상환만 가능해졌습니다.
고 대표는 “주담대에 거치기간을 차주의 경제적 상황에 맞게 길게 가져갈수 있도록만 해줘도 요즘처럼 금리 급등기에 숨통을 틔울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매경 이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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