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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뉴스 수집 Real Estate News(KR)

“오피스텔 사는게 죄?” 세금 다 냈는데 대출은 안된다

 
특례보금자리론 제외된 ‘아파텔’
규제 피해 오피스텔 샀는데
“특례대출 불가”에 고금리 폭탄
정부 “오피스텔, 특례 적용 검토”
오파스텔이 밀집한 서울 강남구 역삼동 전경. <김호영 기자>

“살때는 오피스텔이라고 취득세(4.6%)를 냈어요. 아파트 샀으면 생애 첫 주택이니까 취득세가 이보다 낮았겠지만 그때는 청약은 당첨될 턱이 없고 대출은 40%(LTV) 밖에 안되니까 돈이 부족하잖아요. 그래서 오피스텔을 샀죠.”

경기도 오피스텔에 거주중인 직장인 김모씨(30)는 말을 이어갔다.

“오피스텔이어도 방 3개여서 아파트랑 똑같다고 하더라고요. 전입신고하고 사니까 세금낼 때는 주택이라고 재산세랑 다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이번에 특례보금자리론 받으려고 하니까 주택이 아니라고 적용이 안된대요. 실거주하고 살고 있는 집인데 대출은 왜 안되나요? 금리가 두배로 올랐는데 6% 이자를 감당하기 너무 힘들어요. 특례대출이 희망이었는데 막막합니다.”

경기도 오피스텔에 거주중인 직장인 김모씨(30)는 최근 은행 상담을 받고 좌절했습니다. 김씨는 방3개 화장실 1개인 오피스텔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아파트같이 설계된 오피스텔을 ‘아파텔’이라고 합니다. 2020~21년 집값이 급등하고 청약 규제, 대출 규제가 강화되자 자금이 부족한 사람들이 이러한 ‘아파텔’로 몰렸죠. 30대인 김씨도 이러한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최근에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3%대에 대출을 받았던 김씨는 6%대 금리를 감당하고 있습니다. 3~4% 고정금리 특례보금자리론에 기대를 걸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은행직원은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주택이 아니기 때문에 적용이 안된다”고 했습니다. 김씨는 “실제 전입신고를 하고 살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은행측은 “준주택이어서 특례보금자리론 대상이 아니다”는 답변만 반복했습니다.

오피스텔 역차별 논란은 국회에서도 ‘뜨거운 감자’가 됐습니다. 21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회의원들은 특례보금자리론이 오피스텔은 제외하는 문제를 제기했고,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실제 오피스텔이 주거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만큼, 법적으로는 어떻게 마련되고 있는지 더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습니다.

실제 집으로 사용하고 있는 오피스텔. 세금낼때는 주택으로 적용된다는데, 왜 대출 받을때는 적용이 안될까요?

아파트처럼 생겼지만 오피스텔인 ‘아파텔’

아파텔은 전용면적 60㎡를 넘는 주거용 오피스텔을 뜻합니다. 오피스텔은 건축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아파텔’은 오피스텔이기 때문에 주택법의 적용을 받는 ‘아파트’와 는 엄연히 다릅니다.

그런데 세금을 낼때는 실질과세의 원칙에 따라 실제 거주하면 주택으로 간주됩니다. 오피스텔을 주택으로 사용하면 주택분으로 재산세가 나옵니다. 종부세도 적용됩니다. 재산세가 주택분으로 과세될 경우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봅니다.

양도할때도 주택으로 사용했다면 주택이 적용됩니다. 양도세 중과 대상이라면 중과도 적용됩니다. 단, 취득할때는 오피스텔을 주택으로 쓸지, 업무용으로 쓸지 알수 없기 때문에 항상 업무용으로 보고 취득세 4.6%를 냅니다.

오피스텔은 보통 원룸, 투룸이나 사무실 임대료 수익을 목적으로 많이 팔렸습니다. 그러다 2020~21년 규제를 피해 수요자들이 투룸 이상 오피스텔 일명 ‘아파텔’로 몰렸습니다. 당시 수도권에서 주택담보대출은 LTV가 40%밖에 안나오다보니 최대 70%까지 LTV 적용을 받는 아파텔이 주목받은 것입니다. 또한 오피스텔은 청약 규제가 자유로워, 청약 가점이 낮은 2030이 아파텔을 많이 분양받았습니다.

DSR 8년 적용 대출 힘든 오피스텔

그런데 오피스텔의 그나마 장점이었던 ‘대출’도 규제가 바뀌면서 족쇄가 됐습니다.

작년부터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강화된 됐습니다. 지난해 7월부터 전체 대출액이 1억원을 넘으면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40%(2금융권 50%)를 넘기지 못하도록 DSR 규제가 강화됐습니다.

그런데 오피스텔 등 비주택 담보 대출은 DSR을 계산할 때 실제 상환 기간과 상관없이 만기를 8년으로 고정해서 계산합니다. 만기가 줄어들면 DSR 비율이 높아져 대출 한도가 줄어들게 됩니다. 아파트와 단독 주택은 실제 상환 기간대로 최장 40년까지 만기 적용이 가능합니다. 이와 비교하면 오피스텔은 대출 한도가 대폭 줄어듭니다.

예를 들어 연소득이 6000만원인 사람이 6억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할 때는 최대 4억1000만원(만기 40년, 금리 5% 가정)을 대출받을 수 있지만, 6억원짜리 아파텔을 살 때는 1억5000만원 정도밖에 대출이 안나옵니다. 넉넉한 대출을 기대하고 오피스텔을 매수한 실수요자들은 ‘멘붕’인 셈입니다.

기존 오피스텔 소유자들은 저리의 정책금융상품 ‘특례보금자리론’도 받을 수 없어 궁지에 몰렸습니다.연 3~4%대 금리로 최대 5억원까지 빌릴 수 있는 특례보금자리론은 인기가 높습니다. 출시 나흘 만에 10조원 공급에 육박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주택구입, 기존 주담대 상환, 임차보증금 반환 용도로 신청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주거용 오피스텔, 즉 ‘아파텔’은 특례 해당이 안됩니다. 주택법상 ‘준주택’에 해당해 주택과 동일한 세법을 적용하지만, 특례보금자리론 신청 대상은 주택법상 ‘주택’에만 한정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도 안사요” … 팔지도 못한다
‘아파텔’의 가격이 가장 많이 하락했다. 상대적으로 초소형 오피스텔은 거래가 늘고 가격이 올랐다.

이렇다보니 오피스텔을 팔려고 해도 팔수가 없습니다. 대출 규제로 인기가 떨어졌습니다. “가뜩이나 아파트 거래도 안되는데 누가 대출 안나오는 오피스텔을 사려고 하겠냐”는 것입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2년 전국 오피스텔 매매가격 변동률을 보면 아파텔 하락폭이 두드러집니다. 매매가격 변동률 증감폭은 전용면적이 큰 구간에서 더 많이 하향 조정됐는데, 오히려 전용 20㎡이하 구간은 소폭 오르고 거래도 늘었습니다.

60㎡초과~85㎡이하의 가격은 0.41% 내려 2013년(-0.26%) 이후 처음으로 하락 전환했습니다. 부동산R114는 “2021년 높은 희소가치와 아파트 대체재로 인기를 끌던 전용 60㎡ 초과 오피스텔 거래가 2022년 들어 아파트 시장의 약세와 고금리,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등으로 반 토막이 났다”고 설명했습니다.

 

-매경 이선희기자